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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그네앞을 지나며

by 프시케 psyche 2020. 6. 22.

 

그네 앞을 지나며

 

-프시케-

 

 

 

 

 

 



   

 


 













 
 









아침 산책길에.. 매일매일 다른 날 찍은 그네들..   ***  

그네 앞을 지나며....

 

 -프시케_

 

 

아침 산책길

매일 지나는 곳에

나무에 맨 그네가

늘 내게 눈인사한다..

 

덩그러니..

빈 그네만 매달려

나를 보며 손짓을 한다..

 

그래 알았어.. 

고운 한복 입고서

꼭 올 거야.. 한지가 얼마인지....

 

 

그네를 타보고 싶어 하면서

별별 약속을 다하며

지나기를

몇 날 며칠..

 

오늘은 하늘하늘한

얇프레한 한복을 입고

옷고름 휘날리며 타보기고 하자.

 

오늘도 그냥

지나친다..

 

또 하루..

 

오늘은 사부작 거리는

갑사 한복을 입고

머리에 쪽을 지고

창공을 향해 힘껏 굴러보기로 하자..

 

오늘도

또 지나친다

 

또 하루

 

오늘은 기꺼이

속이 비치는 얇은

깨끼 한복을 입고

고운 노리개 드리운

모습으로

어린 딸내미

앞에 태우고 같이 그네를

타볼 거야...

매어놓은

나무 가지를 그네로

닿을 수 있을 때까지

온 마음속의 근심이

다 날아갈 때까지

신나게 구르며.. 타야지..

 

 

또 하루

 

오늘은 하얀 열두 폭  모시 치마에

옥색 저고리를 입고

신윤복의 그림에 나오는

가채를 머리에 얹고

칠보뒤꽂이를 잔뜩 꽂고서

우아하게 그네를 뛰어볼까나?

 

오늘도 덩그러니

매어있는 그네를

피하며.. 괜스레..

내가 미안해진다..

 

 

애매한

카메라 셧터만

몇십 번 도

더 누르며..

어떤 옷을 입고 타야

근사할까..

마음으로만

옷을 열두 번도 더 갈아입는다.

 

오늘도  속도 모르는

그네만..

외로이 슬픈 눈으로

나에게 눈짓을 하네...

.

 

이번 추석엔..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와서

그리운 님 기다리며

수줍게 그네를 타볼 거야..

꼭 타봐야지..

 

추석도

또 지나쳤다

바쁘지도 않은

일상에 늘 쫓기듯

마음을 다지며

타기로 하지만

아침이 되면..

또 다른 아쉬움..

오늘도...

못 탈 거야..

 

아니야..

날 잡아서..

귀밑 머리 땋아내려

붉은 댕기 맨

딸내미와

귀티 나는 공단 한복

차려입고 코가 이쁜

꽃고무신 신고

마주 보고 서서

한판 근사하게 꼭

그네를 타고 말 거야..

 

오늘은

속절없이 지나치는

나를 외면하듯

우두커니.. 안갯속에 

모습을 감추려 하다..

빼꼼히 안개를 젖히고

살그머니.. 나를

저만치 바라본다....

 

 

아름다운 그 모습으로

누군가의 그림 속으로

영원히 오래 남을

아리따운  모습으로..

힘차게 구를 때

댕기 고름 휘날려

웃음 웃는 내 눈 가릴 때까지..

그네를 타 볼 거야...

 

이 가을이 가기 전에..

 

 

2009년 10월 17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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