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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가을이 가네

by 프시케 psyche 2020. 6. 30.

 

 

 

 

가을이 가네

 

-프시케-

 

젖은 낙엽과 함께

고즈넉한 

10월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흩어졌던 가족들이

하나 둘 

돌아오려 하는 때

11월의 날짜들이

연말을 향해 재촉하는 어느 날

 

갈색으로 

치장한 테이블 위의

센터피스도

반가운 이를 맞을 준비에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가고

가지런히 놓여있는 

플래이스 맷 위의

냅킨들은 힐끗힐끗 

서로를 곁눈질한다

 

문 앞에

주황빛 리스도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반가운 이를 기다리느라

목이 길어진다

 

다이닝 룸 창밖으로 핀

담쟁이넝쿨도

얼핏 들여다보며 

참견하는 

11월의 아침

 

옹기종기 모여 

식탁을 나눌 정다운 이들의

웃음소리가

벌써 

내 투박한 찻잔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아직도 밝지 않은

 새벽안개 한 움큼 

머리에 이고

 

문밖을 서성이다

오래된 기다림에

붉게 물든

복숭아 잎들이

 하나 둘 길게 

발 앞에 드러눕는다..

 

 

가을이 가네..

 

2017년 11월 10일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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