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네
-프시케-
젖은 낙엽과 함께
고즈넉한
10월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흩어졌던 가족들이
하나 둘
돌아오려 하는 때
11월의 날짜들이
연말을 향해 재촉하는 어느 날
갈색으로
치장한 테이블 위의
센터피스도
반가운 이를 맞을 준비에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가고
가지런히 놓여있는
플래이스 맷 위의
냅킨들은 힐끗힐끗
서로를 곁눈질한다
문 앞에
주황빛 리스도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반가운 이를 기다리느라
목이 길어진다
다이닝 룸 창밖으로 핀
담쟁이넝쿨도
얼핏 들여다보며
참견하는
11월의 아침
옹기종기 모여
식탁을 나눌 정다운 이들의
웃음소리가
벌써
내 투박한 찻잔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아직도 밝지 않은
새벽안개 한 움큼
머리에 이고
문밖을 서성이다
오래된 기다림에
붉게 물든
복숭아 잎들이
하나 둘 길게
발 앞에 드러눕는다..
가을이 가네..
2017년 11월 10일 금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