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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지난날의 추억

영화 "일일시호일" 을 보며-지금 알 수 없는것

by 프시케 psyche 2020. 7. 8.

 

 

 

 

 

 

 

 

 

 

 

 

 

 

 

 

 

 

 

 

 

 

 

 

영화 

" 일일시호일"을 보고

 

 

-프시케-

 

 

물을 뜨는 소리

밝은 햇빛

고운 색들의 조화

 

평소 차를 즐기기는 하지만

기껏해야 직접 만든 꽃차와

녹차 간혹 

조용한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카모마일 차나..

붉은색이 도는 새콤한 히비스커스 차

솔잎차나 페퍼민트가 

전부이지만

조용히 정식으로 형식에 맞추어

차를 마셔본 적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니

그 형식이라는 것이  중요하며

다도를 배우기 위해

방안에 들어설 때의 걸음걸이부터

물을 조롱박으로 떠서 다기에 붓는 과정과

우려내는 과정이 다 형식이지만

도에 다른 길이라고 영화에서 말한다

찻수건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찻수건을 접는 것부터 배울 때

노리코와 미치코는 왜 배우는지를 묻자

다도 선생은

정확하지 않게

산을 왜 오르냐는 말과

차을 왜 마시냐는 것과

우리가 우리의 삶을 왜 사느냐를

 묻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지금 알 수 없는 것이 있듯

세월이 흐른 후

노리코는 그 해답을 스스로 말한다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흘러가게 놔두고

지금 알 수 없는 것들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인생을 살아가며 알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노리코는 수년간을 다도를 배운다

때론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도

갔었고.. 꾸준히 인생을 사는 것처럼

다도를 배운다

그의 인생을 시간을 따라 쉼 없이 흘러가고

그녀의 인생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사귀고 헤어지면서 

스쳐가게 되지만

다도는 그 자리에 그대로 끊임없이 변하지만 한결같다

다도는 그 한결같음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는 반복을 통해 틀을 만든

형식이 존재하게 되고

인생의 모든 것들이 변해도

반복을 통해 틀을 만드는 자신 안에 있는 

움직이지 않는 것과

영원한 것을 만드는 다도를

평생을 배운다

 

생이 변해 가고 모든 것들이

흘러가도

자신 안에 있는 그 다도의 틀은

인생의 변화를 담는

그릇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반복하는 그 시간들이

매일매일 기쁘다..

 

딱딱한 형식의 다도..

이 다도에도 타고난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노리코는 자신이 부족하고

타고난 기질이 있지 않다는 한계에

실망도 하게 되고

다도 선생은 그것을 눈치채지만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좋지만

차를 마시러 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지를

넌지시 이야기한다

 

다도는 단지 형식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자기와의 수없는 대화..

자신의 부족함마저 극복할 수 있는 그 무엇인듯하다

요즘처럼

단지 우아하고 모든 이들이 하니까

하면서 섣불리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주는 듯하다

 

노리코는 24년간 다도를 배우며

걸어둔 족자들의 의미

겨울을 이기고 싶은 봄

 

여름의 그늘진 녹음들

굵은 소낙비

혹독한 겨울을 인내하는

절기들의 변화와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오고

가기도 하며

 

다기를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들

12년 만에 돌아오는 다기를 보는 마음..

단순히 운명을 의미 없이 받아들이기보다

운명을 보다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인들이 도를 통해 깨닫는 것이 아닐까?

 

다소 딱딱해 보이는 형식적인

이 다도와 함께 하는 이들은

그다지 딱딱하지도 엄격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서로 다독이고 의지하고 위로하기도 하며

그 순간 다도를 배우며 

차를 마시는 순간

그들의 따뜻한  사랑과 지혜를 깨닫고

힘들고 어려울 땐 놓아버리는 것도

또한 현명한 것임을..

 

다도는 근본적으로 도를 행하는

자기 수양이기는 하지만

어떤 억업이나.. 목표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됨을..

그저 자기 안의 부동성과 영원성을 익힘으로

흘러가는 인생을

고요하게 받아들이며 이해하는 것이

매일매일 즐겁게 하루를 긍정적으로 맞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배우진 않았던 다도...

그래도 이영화를 보고

많은 것을 깨닫고  느낀다

입안 가득히 도는 따뜻한 차한 모금에도

형식과 도가 곁을 이면

더 차원 높은 인격의

또 다른 차향 같은 

그 무엇이  가슴으로

퍼진다는 것을...

 

 

 

 

*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키키 키린(다도 선생 역) 이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