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
매혹적이다
매혹하다
매혹당하다
매혹적인 아름다움..
매혹당하는 기분을
시인은 쓴 것일까?
매혹적인 어떤 만남을 쓴 것일까?
매혹적인 여인의 매력을 느낀 것일까?
사랑하는 동안 느꼈던
그 감정
아마도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스러움이
매혹적이었을게다..
아니..
어쩜 비밀스러운 어떤 딱 한 번의 만남이
매혹적이지 않았을까?
괜스레 심보선 시인의 시 한 편 읽으며
상상을 해본다
그래도 상당히 매혹적인
목요일 아침에..
나는 언제
어떤 매혹에 빠졌던가?
를 생각해 보며
매혹
- 심 보선-
사랑하는 두 사람
둘 사이에는 언제나 조용한 제삼자가 있다
그는 영묘함 속으로 둘을 이끈다
사랑에는 반드시 둘만의 천사가 있어야 하니까
둘 중 하나가 사라지면
그는 슬픔의 옆자리로 자기 자신을 이끈다
사랑에는 반드시
"잊지 마"라고 속삭이는 천사가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모른다
신(神)이 낮과 밤을 가르는 시간을
두 사람이 신 몰래
서로의 영혼을 황급히 맞바꿔야 했던 시간을
그 시간을 매혹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매혹 이후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매혹 이후
한 사람의 눈빛은 눈앞에 없는 이에 의해 빚어진다
매혹 이후
한 사람의 눈빛은 눈앞에 없는 이에게 영원히 빚진
것이다
그러니 그는 평생에 가장 깊은 주의를 기울이며
"하얀 돌 위에 검은 돌"*을 올려놓듯이
사랑과 비밀을 포개놓을 수밖에
나는 어렴풋이 기억한다
목욕을 막 끝낸 여자의 어깨 위에 맺힌 물방울들
남자가 용기를 내 닦아주려 하자
더 작고 더 많은 구슬로 흩어지던 그것들
커튼 사이로 흘러들던 한 줄기 미명과
입술 사이에 물려 있던 한 조각 어둠
그런데
한 눈동자 안에 시작과 끝이 모두 있었던가?
나는 이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
거미줄처럼 서로를 이어주던
눈빛과 눈빛의 무수한 교차
그 위를 바삐 오가는 배고픈 거미처럼
새벽녘까지 끝날 줄 모르던 이야기
바로 그날 태곳적부터 지녀온
아침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
환하고 낯선 하나의 세계
2023년 4월 6일 목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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