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숲을 걷다
-프시케-
늘 지나는 길 숲 안쪽으로
아스라이 보랏빛으로
흐드러지게 핀 등꽃 숲을 보았습니다.
보랏빛 향기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길가 작은 숲이 온통
내 마음을 흔들어 놓더니..
기어이.. 눈가에
감동의 이슬 맺히게 하는..
발걸음을 붙든
등꽃 눈물입니다..
아침 산책길..
조그만 나무로 서있는 Westeri Tree가
제 무게에 못 견디며
늘어진 어깨 내보이며
마음의속 짐을 덜라고
위로를 해주더니..
들이댄 카메라에
살짝 웃음 지어 보이며..
힘내라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고..
보랏빛 향기 뿜으며..
발걸음을 붙든
등꽃 위로입니다..
어느 집 한편에
커다란 나무를 타고 칭칭 줄기를 감아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간
등꽃이..
두루마리에 써 내려간
님을 향한
연서 인양..
길게 늘어진 꽃송이 송이마다
구구 절절 사연을 담아
한송이 한송이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나무 밑에 서서
가만히.. 등을 기대 봅니다..
툭~ 툭~
자잘한 꽃송이가 머리 위며..
어깨 위로 내려앉으며
사연을 풀어놓습니다.
발밑에 수없이 떨어진
꽃잎들도.. 저마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사연과 함께
길바닥에 누워 있습니다..
손을 내밀며
힘겹게 말을 건넵니다..
자기의 사연을 전해달라고..
간절히.. 간절히..
보랏빛 아쉬움의 사연을
내 눈 속에.. 새기게 하며 발걸음을 붙든
등꽃 연서입니다..
몇 년 전..
봄 야외
커다란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간 그 씩씩함으로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과
도란도란 수다 떠는소리에
살짝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저도 같이 끼워주겠다고..
친절을 베풉니다..
어서 오라고.. 밝은 보랏빛
미소를 보이며
내 발걸음을 붙든
등꽃 친절입니다..
우체국 뒤편에
철조망을 타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 많은 편지들 속엔
어떤 사연들이 오갈까
서로 상상하며 웃고 있는
꽃 넝쿨들에게
님에게 보내는 사연을
귀속말로 살짝 알려주었더니..
배시시 웃으며 부럽다고...
그 보랏빛 얼굴에 홍조를
뛰우며..
발걸음을 붙든
등꽃 속삭임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흐드러지게 우아한 모습으로
봄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등꽃들을....
긴 보라색 시폰 원피스를 입고
보라색 모자를 쓰고 만나리..
이 아름다운 숲의 꽃 향기를..
하얀 편지지를 들고 와
보랏빛 연서를 써볼까?
아님.. 투명 유리병을 들고 와
보랏빛.. 향기들을 가득 담아
내님에게 보낼까?
송알송알 맺힌 꽃송이들을
한아름 따다가
내님 품에 잔뜩 안겨 줘 볼까?
내일은 기꺼이..
보라색 아이섀도로 눈 화장을 하고
연보랏빛.. 스카프도 두르고..
이 숲에 오래도록 서보리..
유리구두는 아니지만
속이 훤히 비치는 신데렐라 구두도 신어볼 거야..
긴 보라색 원피스에 맞는
그 투명 구두도..
그러면.. 내 우울한 보랏빛 마음도
온통 보랏빛 향기로 가득하겠지?
아무렴..
내일은 기꺼이
보랏빛 황후가 되어보는 거야..
꽃향기가 진동을 하는
그 숲 속에서
꽃향에 취해
잠이 들면 어떠리.
누가 알아?
보라색 망토를 걸치고
보랏빛 꽃나라로 여행 중인
사랑하는 님이 나타나
보랏빛 입맞춤으로
내 향기로운 잠을 깨워 줄지.
내일은 기꺼이..
꽃으로 만든 화사한 화관을 쓴
보랏빛 황후가 되어보리
보랏빛 향기가 진동을 하는 등꽃 숲에서..
***
**
위의 글을 정리해서
다시 썼던 시 입니다
등꽃 숲을 걸으리
송원 박 항선
보라색 아이섀도를 바르고
반짝이지 않는
연 보랏빛 시폰 원피스에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휘날리며
향기로운 등꽃 숲을 찾으리
유리는 아니어도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 구두를 신고
그 보랏빛 숲을 걸어가리
등꽃으로 만든
화관을 쓴
보랏빛 프시케가 되어보리
등꽃 향이 진동하는
그 숲에서 꽃향에 취해
잠이 들면 어떠리
보라색 망토를 걸치고
등꽃 숲으로 산책 나온
사랑하는 님 에로스가
향기로운 입맞춤으로 나를 깨우리
나는 기꺼이
그 숲에서 받을
프러포즈에 응하리
비록 아프로디테의 시집살이가
기다린다고 해도
천상의 보라색 등꽃 숲을 걸으리
사랑의 활과 화살을 든
그대의 손을 잡고
기꺼이 나는
보라색 등꽃 숲을 찾으리
금빛 따사로운 사월 어느 날
2010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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