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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

풀잎의 노래 - 자작시

by 프시케 psyche 2024. 4. 28.

 

현관앞에서

 

뒤뜰에서

 

 

땅에서 돋아나는 풀들이 더 초록으로 빛난다

그때도 아마 산책을 할 때였을 것이다

따사로운 봄볕에

자라난  풀잎들이 바람에 잔잔히 흔들릴지언정

결코 쓰러지지 않는

잠시 자신을 눕혔다가 일어나는

겸손의 풀을 보곤 했다

바람보다 늦게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

풀이 늦게 울지만

먼저 웃기도 하는 풀

김수영 시인의 풀은 그렇게 

눕고, 울고, 일어나 웃고

풀뿌리도  누웠었지...

 

https://youtu.be/2MFtNlhAiDo

 

 

 

풀잎의 노래

-프시케-

파릇파릇 올라온
작은 풀잎들이 소곤소곤
무엇인가 속삭입니다

하늘하늘 춤추는
긴 풀잎들은 으쓱으쓱
저마다 키 자랑을 합니다

싱그럽게 피어나는
부드러운 녹색 향은
세상을 아름답게 살게 하고픈
의욕으로 물들게 합니다


사각사각 풀잎끼리 부대끼는
노랫소리는
바쁘게 사는 우리에게
느리게 사는 법도 있노라고
아다지오로 들립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바람 부는 대로 눕는 풀잎은
까다롭지 않은 수더분함이 있습니다


풀은 다정한 엄마처럼
외부로 오는 것들을 받아 줄줄 아는
긍정의 마음 넓음이 있습니다

설사 마음에 안 드는 바람일지라도
맞서지 않고 자세를 낮추어 눕는
둥글게 휠 줄 아는 겸손이 있습니다..

아무리 거친 비바람에도
조용히 흔들리며 자신을 적시는
배움의 자세가 풀을 강하게 합니다.

여름 내내 따가운 햇볕에도
끝이 타들어가는 희생으로
다른 몸을 유지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가을의 고독으로
제 몸을 물들여가며..
아직도 감내하는 견딤의
훈련으로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성실함이 있습니다

겨우내 내리는 눈보라에도
뿌리는 땅속 깊숙이 감추고
긴 겨울잠을 잔 후 태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습니다

내내 기다린 봄을 위하여 
오랜 시간 단장한 초록의 웃음으로
파릇한 손들을 뻗어
기지개를 켭니다

 

 

 

2024년 4월 27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