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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소리/오늘은 이런일이.....344

가을 무덤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 우리는 배우 한 사람을 잃었다 어쩌면 이 배우의 유가족들의 심정이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기형도 시인의 가을 무덤을 읽어 보았다 https://youtu.be/ti-DNmlXDFA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누이야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이 零下(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덥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 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뒤켠에서.. 2024. 1. 12.
지리산 동백 숲에서 - 조 사익 구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youtu.be/QBbZyKRLBaI 지리산 동백 숲에서 조 사 익 (趙司翼) 서리 숲 붉게 핀 동백꽃들이 넌지시 웃고 있어도 실개천 고향 같은 계곡물 흘러도 외롬에 갇혀 껍질 깨지 못하고 인적 뜸한데 돌길 거친 청학동 눈길에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눈 녹아 흐르면서 눈물처럼 어깨를 훌쩍이는데 이런 때는 숲바닥을 움켜쥐고라도 기억에 없는 누구라도 이야기할 사람 찾고 싶다 단테처럼 영혼을 예견할 수 있다면 초조해하며 견디기 힘든 욕심, 집착, 애착, 모두 비우고 세상이 정해 둔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눈바람 등을 타고 도약하는 새들이 날아가는 노을빛 사이로 저녁 무렵이 찾아들고 속속들이 별무리가 어둠을 차오른다 동백숲 눈에 찍힌 발자국 희미해지면서 2024.. 2024. 1. 5.
꽃비 https://youtu.be/ts1PZP-r4rM 꽃 비 내리던 아침 -프시케- 팔랑팔랑 하얀 꽃 비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지친 꽃잎들 하얗게 드러 눕는다.. 잔디 위에도 들풀 위에도 도보 위에도 아스팔트 위에도 하얀 수의로 창백한 꽃잎들 할 말 못 한 채 힘없이 스러져 간다 소복소복 쌓인 정든 나무와 헤어짐이 아쉬워 이별의 순간 짜디짠 눈물로 슬픈 꽃잎들 봄을 배회한다 동글동글 기다랗게 장식한 보도블록 코너에 옹기종기 모여서 차디찬 흰 비단으로 늘여놓은 깨끗한 꽃잎들 하얀 꽃길 카펫 만든다 꽃잎 떨어낸 그 자리엔 연한 이파리들 꽃잎 고치 벗고 나온 연한 초록 나비로 꼬물꼬물 슬픈 채 삐죽이 눈감고 엎드려 있다 한 장 한 장 바람결에 나부끼는 꽃 비를 맞으며 아직도 나실나실 흔들리는 가지마다 작은 .. 2024. 1. 5.
외로움에게 To loneliness - 조 사익- https://youtu.be/G9JM42e0Nrc 외로움에게 조 사 익 (趙司翼) 그렇게 단단하던 다짐도 나무처럼 흔들리고 눈물처럼 뜨는 별, 바라만 보면서 차라리 니가 그립다 고되고 불쌍한 내가 시대의 광야에서 너 없이 살아낸다는 게 여기까지 어찌 견딜 수가 있었을까 어디서든 눈 감으면 고향집이 그립고 깊은 밤을 어렴풋이 어머니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면 더욱 선명해 오는 너 그렇지만 마주치기가 두려워 본능적으로 고개 숙였다 저녁 정거장엔 바람만 얽매어 있고 뒤를 돌아보면 침묵인 듯 흐릿하게 니가 있었다 불빛 홀로 깊은 밤을 길가에서 군색한 푸념으로 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내 처한 운명 곁엔 니가 있다는 것 때로는 내용도 없는 눈물 내어 주기도 하지만 외롭고 외롭다고 슬픔 속삭이지 않았다 폭설처럼 와르.. 2023.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