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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 성복 ** 우리 집 뒤뜰에는 해마다 봄이면 새들이 집을 짓는다 처마밑 화분위에다 어김없이 몇 년째 집을 짓고 있다 이성복 시인의 시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이 시를 읽으며 아마도 시인은 도시화되어있는 서울의 차가움을 노래하지 않았을까 아파트 같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에도 새가 집을 짓기는 하겠지만 너무 메마르고 차가와진 빌딩숲에 과연 새가 집을 지을 곳이 얼마나 될까? 가여운 새들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아파트 위의 기저귀는 막 태어난 아기를 연상시키지만 수의처럼 바람에 날린다에서 벌써 죽음을 이야기한다 죄의 색깔이 바뀌는 늘 죄짓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철면피를 이야기한 것일까? 돌틈새로 나오는 풀들의 목마름 나도 언젠가 드라이브웨이 시멘트 금 간 틈을 비집고 나오는 풀을 본 적이 있다 .. 2024. 1. 23.
눈 속의 고립을 꿈꾸지 않아도 https://youtu.be/G5d8M60QYDg?list=UULFzZ-6lMwZdoPB3XoEEflbgQ 좀처럼 춥지 않은 이곳에 오랜만에 한파가 밀려왔다 눈이 올까 기대도 해보았지만 결국 눈은 안 오고 매서운 바람만이 출렁이는 아침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에서와 폴 짐머의 '완다와 함께'가 생각나 끄적여 본다 -몹시도 추운 1월 어느 수요일 아침- 눈 속의 고립을 꿈꾸지 않아도 프시케 눈대신 매서운 바람만이 양볼에 다가오는 아침 폭설이 내려 설탕처럼 사각이는 눈을 밟을 수 있지 않아도 못 잊을 사람과 어딘가 갇히고 싶었던 어느 시 속 한계령이 아니어도 옥색 드레스를 입은 엘사가 나오는 동화 속 얼음나라는 아니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과 따끈한 카모마일 차 한잔 마시고 싶어지는 추운.. 2024. 1. 18.
가을 무덤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 우리는 배우 한 사람을 잃었다 어쩌면 이 배우의 유가족들의 심정이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기형도 시인의 가을 무덤을 읽어 보았다 https://youtu.be/ti-DNmlXDFA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누이야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이 零下(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덥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 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뒤켠에서.. 2024. 1. 12.
지리산 동백 숲에서 - 조 사익 구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youtu.be/QBbZyKRLBaI 지리산 동백 숲에서 조 사 익 (趙司翼) 서리 숲 붉게 핀 동백꽃들이 넌지시 웃고 있어도 실개천 고향 같은 계곡물 흘러도 외롬에 갇혀 껍질 깨지 못하고 인적 뜸한데 돌길 거친 청학동 눈길에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눈 녹아 흐르면서 눈물처럼 어깨를 훌쩍이는데 이런 때는 숲바닥을 움켜쥐고라도 기억에 없는 누구라도 이야기할 사람 찾고 싶다 단테처럼 영혼을 예견할 수 있다면 초조해하며 견디기 힘든 욕심, 집착, 애착, 모두 비우고 세상이 정해 둔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눈바람 등을 타고 도약하는 새들이 날아가는 노을빛 사이로 저녁 무렵이 찾아들고 속속들이 별무리가 어둠을 차오른다 동백숲 눈에 찍힌 발자국 희미해지면서 2024.. 2024.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