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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동백 숲에서 - 조 사익 구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youtu.be/QBbZyKRLBaI 지리산 동백 숲에서 조 사 익 (趙司翼) 서리 숲 붉게 핀 동백꽃들이 넌지시 웃고 있어도 실개천 고향 같은 계곡물 흘러도 외롬에 갇혀 껍질 깨지 못하고 인적 뜸한데 돌길 거친 청학동 눈길에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눈 녹아 흐르면서 눈물처럼 어깨를 훌쩍이는데 이런 때는 숲바닥을 움켜쥐고라도 기억에 없는 누구라도 이야기할 사람 찾고 싶다 단테처럼 영혼을 예견할 수 있다면 초조해하며 견디기 힘든 욕심, 집착, 애착, 모두 비우고 세상이 정해 둔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눈바람 등을 타고 도약하는 새들이 날아가는 노을빛 사이로 저녁 무렵이 찾아들고 속속들이 별무리가 어둠을 차오른다 동백숲 눈에 찍힌 발자국 희미해지면서 2024.. 2024. 1. 5.
외로움에게 To loneliness - 조 사익- https://youtu.be/G9JM42e0Nrc 외로움에게 조 사 익 (趙司翼) 그렇게 단단하던 다짐도 나무처럼 흔들리고 눈물처럼 뜨는 별, 바라만 보면서 차라리 니가 그립다 고되고 불쌍한 내가 시대의 광야에서 너 없이 살아낸다는 게 여기까지 어찌 견딜 수가 있었을까 어디서든 눈 감으면 고향집이 그립고 깊은 밤을 어렴풋이 어머니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면 더욱 선명해 오는 너 그렇지만 마주치기가 두려워 본능적으로 고개 숙였다 저녁 정거장엔 바람만 얽매어 있고 뒤를 돌아보면 침묵인 듯 흐릿하게 니가 있었다 불빛 홀로 깊은 밤을 길가에서 군색한 푸념으로 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내 처한 운명 곁엔 니가 있다는 것 때로는 내용도 없는 눈물 내어 주기도 하지만 외롭고 외롭다고 슬픔 속삭이지 않았다 폭설처럼 와르.. 2023. 12. 16.
랭보와 함께 심은 시어 Rhymes planted with Rimbaud 랭보의 시를 좋아한다 가을이면 유난히 생각나는 랭보의 나의 방랑을 읽으면 왠지 나도 랭보의 바람구두를 신고 숲 속을 걷고 싶어진다 그러면 내게 랭보가 흘리고 간 시어들을 주워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이 11월임을 느낄 수 있는 어느 아침... https://youtu.be/_gZpM21KGSU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의 엄지 동자를 랭보도 읽었나 보다 시어들을 길에 뿌리며 걸었던 시인 랭보의 마음처럼 생각나는 구절들 시어들을 엄지 동자처럼 길에 뿌렸나 보다 가끔 걷다가 생각나는 구절들을 수첩에 적지 않으면 정말 빨리도 잊어버리기가 일쑤인 나도 적어야지 하면서 못 적고 잃어버린 각운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도 랭보처럼 길에 어휘 하나하나 심어나 볼걸 얼마 후 그 길을 지날.. 2023. 11. 17.
아름답다는 것 - Being Beautiful https://youtu.be/6t1IMsHDE4U 아름답다는 것 조 사익 (趙 司翼) 오렌지색 구름은 하늘을 얼싸안고 알게 모르게 바다로 저물어 가는 태양 비너스가 은빛 물에 젖어들 때 실루엣 윤곽 날리듯 나무들 그림자 뒤엉키면서 불타는 하늘 떠있는 구름의 유혹 눈 덮인 산봉우리 절벽이이도 전나무 늘어진 가지에서 날리는 잔설 눈여우가 소리 없이 지나가고 얼었던 계곡의 봄날 입맞춤 속에 땅속 꽃단장을 준비하는 에델바이스 부엌일 끝낸 후 찻잔 건넨 아내 손 잡아줬을 때 그렁거리는 눈동자 어깨를 기대 아리랑 바이올린 연주하는 딸 무릎에 안겨 똑딱똑딱 심장소리 울컥케 한 손자와 손녀 퇴근 길 기다리다가 자동차 키 건네받을 때 아무 말 않고 가슴에 안기는 아들 2023년 10월 19일 목요일 2023. 10. 19.